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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도둑과 동종주술

... 주술의 기초가 되는 사유 원리를 분석해보면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 유사(類似)는 유사를 낳으며 혹은 결과는 그 원인과 유사성을 가진다는 사유의 원리이다. 두번째, 이전에 한 번 접촉했던 사물은 물리적 접촉이 끝나 서로 떨어져 있어도 상호작용을 한다는 사유의 원리이다. 첫번째 원리를 '유사의 법칙'이라고 한다면, 두번째 원리는 '접촉의 법칙'이라 칭할 수 있다. 유사의 법칙에 입각한 주술은 '동종주술(同種呪術)' 혹은 '모방주술(模倣呪術)'이라 한다. ...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민족들이 적을 상해하거나 죽이고 싶을 때 적과 닮은 모형을 만들어 그것을 상해하거나 파괴하는 행위를 시도하는데, 이는 '유사가 유사를 낳는다'는 원리에 가장 가까운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는 대상과 유사한 속성의 모형에 위해가 가해지면 모형과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대상 또한 위해를 입으리라는 믿음에 기반한 것이다.

... 이 밖에도 사자(死者)를 매개로 하여 동종주술이 작동하는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즉 사자는 더 이상 무엇을 보거나 듣거나 말하지 못한다. 이런 속성을 동종주술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사자의 뼈라든가 혹은 죽음에 오염된 사물을 사용하여 산 사람을 눈멀게 하기도 하고, 벙어리나 귀머거리로 만들기도 한다. 가령 갈렐라레족 젊은이들은 밤중에 애인을 만나러 갈 때 묘지에서 판 흙을 한 줌 가지고 가서, 애인의 양친이 자고 있는 방 지붕 위에 그 흙을 뿌린다. 그러면 죽음에 의해 오염된 묘지의 흙이 애인의 양친을 깊이 잠들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젊은이는 아무런 방해 없이 애인과 밀회를 즐길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모든 시대의 많은 나라에서 밤도둑들도 이런 동종주술을 애용했다. 남부 슬라보니아의 밤도둑은 종종 자신이 털고자 하는 집 지붕 위에 사자의 뼈를 던지면서 비꼬듯이 "혹 이 뼈가 살아나면 집주인도 잠에서 깨어나겠지"라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물건을 훔치는 동안 집주인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바 섬의 밤도둑도 자신이 털고자 하는 집에 묘지에서 파온 흙을 뿌린다. 그러면 집주인은 죽은 사람처럼 잠을 잔다고 여겼다. 이와 동일한 목적으로 인도의 밤도둑은 화장터의 재를 집 대문에 뿌리며, 페루의 인디언 밤도둑은 사자의 유골을 뿌린다. 또한 루테니아의 밤도둑은 인골로 퉁소를 만들어 불기도 하는데, 그 소리를 들은 자는 깊은 잠에 빠져든다고 믿었다. 멕시코 인디언들은 초산 때에 죽은 산모의 왼팔 뼈를 이와 유사한 범죄의 목적을 위해 사용했다. 단, 그 왼팔 뼈는 훔쳐온 것이 아니면 효력이 없다. 강도는 자기가 노리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훔친 뼈로 땅을 두드린다. 그러면 집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할 기력조차 잃어버린다. 그들은 마치 죽은 사람처럼 되어서 들을 수도, 볼 수도 있지만 완전히 무기력해진다. 그 중에는 진짜 잠들어버리거나 혹은 코를 고는 자도 나온다.

 유럽에서는 이런 주술적 힘이 영광의 손(Hand of Glory)에 있다고 전해진다. 이 영광의 손은 교수형으로 죽은 남자의 손을 말려 소금물에 절여놓은 것이다. 이 손에 교수대에서 죽은 죄수의 지방으로 만든 양초를 꽂아 불을 켜면, 그 촛불을 보는 자는 누구든 꼼짝 못하게 된다. 마치 죽은 듯이 손가락 끝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죽은 자의 손 자체를 직접 양초로 써서 거기에 불을 붙이기도 한다. 그때 손가락마다 불을 붙이면 여러 개의 양초 다발이 된다. 이 엽기적인 양초는 때로 갓 태어난 신생아의 손가락, 심지어는 태아의 손가락으로 만든 것일 수록 효과가 좋다고 여겨졌는데, 그리하여 17세기의 도둑들은 자궁 속에서 양초감을 꺼내기 위해 종종 임산부를 살해하곤 했다. 어쨌든 이런 악마적인 촛불을 끌 수 있는 것은 오직 젖밖에 없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강도나 좀도둑들은 화장터에서 주운 타다 남은 나뭇조각을 들고 다녔는데, 그러면 사나운 개들도 찍소리 못하고 꼬리를 내린 채 도망가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흔히 동물은 인간에게 유익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런 동물의 속성을 인간에게 전이하고자 동종주술 혹은 모방주술을 사용했다. 예컨대 베추아나족은 흰 족제비를 부적으로 사용한다. 이는 흰 족제비가 자기 목숨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집착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때문에 흰 족제비 부적을 차고 다니는 사람은 죽이기 어렵다고 여겼다. 어떤 이들은 이와 동일한 목적에서 특정 곤충을 산 채로 병신을 만들어 부적처럼 차고 다니기도 한다. 또 어떤 전사들은 뿔 없는 수소의 털을 머리에 끼고 다니거나, 개구리 가죽을 겉옷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뿔 없는 소는 붙잡기 힘들고 개구리는 미끄럽기 때문에 그런 부적을 지닌 자는 적에게 잘 붙잡히지 않는다고 믿었다. 남아프리카의 전사들은 곱슬머리 사이에 쥐털을 끼우는데, 이는 적의 창이 날아와도 민첩한 생쥐처럼 재빨리 도망칠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그래서 그 지방에서는 전쟁의 조짐이 있으면 쥐털의 수요가 급증했다고 한다.

 남부 슬라보니아 사람들은 시장에서 물건을 훔치고자 할 때, 눈먼 고양이를 태워 그 재를 한 줌 물건 주인에게 뿌린다. 그러면 원하는 물건을 무엇이든 가게에서 훔칠 수 있다고 여겼다. 죽은 고양이의 재를 뒤집어쓴 가게 주인은 죽은 고양이처럼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도둑이 대담하게도 "제가 대금은 지불했나요?"라고 물으면, 가게 주인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물론 받았죠"라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동종주술과 관련된 식물이나 동물의 경우를 살표보았는데, 식물이나 동물뿐만 아니라 무생물 또한 동종주술의 원리에 입각하여 주변에 축복이나 저주를 내릴 수 있다고 여겼다.

-J.G.F. Golden Bough.

# by Deceiver | 2008/07/28 07:22 | Personal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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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호워프 at 2008/08/01 15:24
잘 보고 갑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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